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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 감소하는데 학원비는 왜 오를까?
작성자 : 한소연() 작성일 : 2006.09.22 조회수 : 4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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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 감소하는데 학원비는 왜 오를까?
[주간조선 2006-08-08 15:53]


인상률, 물가상승률의 2~3배... 소그룹 강의 늘고 전문화·기업화된 영향
자녀 수의 감소→1인당 교육비 증가→사교육비 인상→저출산의 악순환

사교육비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7월 23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의 입시학원 종합반 수강료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3%가 올랐다. 이는 1996년 7월의 8.7%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소비자 물가상승률 2.6%의 3.2배에 달한다. 단과반 입시학원 수강료(5.0%), 고등학교 참고서(7.2%), 중학교 참고서(4.5%), 독서실비(3.8%)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웃돌았다.

학원비가 급등한 것은 지난 6월만의 단기적 현상이 아니다. 2000년과 비교했을 때 6년 만에 입시학원 종합반 수강료는 44%가 올랐고 초·중·고생 참고서는 30~50%대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소비자 물가가 20% 오른 것에 비하면 2배가 넘는 인상률이다. 공교육의 납입금 인상률도 47%에 달해 2000년 이후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5개 분류항목 가운데 교육비의 ‘물가 상승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1학기 초에도 학원비가 오르고 사회문제가 되자 교육부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학원에 대한 집중단속을 일선 교육청에 지시했다. 사설학원 수강료는 현행법상 반강제적인 신고제이므로 학원들은 매년 3월까지 해당지역 교육청이 정한 기준액에 맞춰 수강료를 신고해야 한다. 강남 지역의 경우 기준 신고가는 월 21회 강의(945분 기준)에 10만원선. 서울시교육청은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학원밀집 지역의 166개 학원을 단속해 수강료를 초과 징수한 62개소를 포함해 총 121개 학원을 적발했다. 학원들은 기준액이 현실성이 없다며 반발했지만 시교육청은 학원비 초과징수액에 대해 전액 환불토록 시정명령을 내리고 일부 학원에 대해선 교습정지 행정처분을 했다.


시·도교육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2개월 뒤 학원비는 더 올랐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단속에만 급급할 뿐 학원비가 왜 오르는지 그 시장원리에 대한 분석은 소홀하다. 오히려 통계청의 발표가 나오면 통계가 잘못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공권력으로 시장의 가격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학원들은 셔틀버스 이용료, 부·교재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학원비를 인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원업계가 학원비 인상을 통해 호황을 누리며 부당하게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일까? 일부 학원의 경우를 제외하면 학원업계는 학생수의 감소로 몇 년째 고전하고 있다.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8세 이하 청소년 인구는 1152만명으로 인구(4850만명)의 2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의 청소년 인구는 지금보다 400만명이 많은 16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었지만 1980년엔 43.4%, 90년 33.8%, 2000년엔 27.5%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 추세대로면 2013년에는 청소년 인구가 1000만명 이하로 줄어들고 2014년에는 인구의 20%도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에 다니는 연령대(6~21세)의 학령인구는 올해 1040만명으로 1980년보다 400만명 가량이 줄었다. 학원에 가장 많이 다니는 15~19세의 인구는 1990년 444만명, 2000년 384만명, 2005년 310만명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것과 함께 인터넷 강의의 확산은 학원업계에 또 하나의 타격이었다. 특히 EBS 수능 방송이 시작된 2004년 이후 학원산업 매출은 2년 연속 감소했다. 매출액이 반영되는 학원업의 경상지수는 2000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03년 133을 정점으로 2004년 128, 2005년 126으로 떨어졌다. 반면 실업률이 높아져 취업 대신 학원을 차리는 고학력자들이 늘면서 학원수는 2001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결국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면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학원만 살아남는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동네 보습학원은 유명 학원의 프랜차이즈에 가맹해서 간판을 새로 다는 경우가 많아졌다. 개별 학원의 경우 종합학원으로는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특목고 입시, 수학, 영어, 논술 등 전문학원으로 특화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전문학원 분야에서도 프랜차이즈와 기업형 학원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체감경기도 매우 나쁘고 학생수가 줄어 수요가 감소하는데 사교육비는 왜 급격히 오르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사례로 과거의 학원엔 큰 교실이 많았지만 요즘엔 작은 교실이 대부분이다. 소규모 정예화된 학급을 운영해야 학부모들이 학생을 맡기기 때문에 학원들은 10명 이내의 소그룹 강좌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대형 입시학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대문구 제기동의 제일학원 이광준 원장은 “학부모 사이에서 돈이 더 들어도 학습효율을 최우선시하는 경향이 심해졌다”며 “종합반의 경우 50명 정원의 수업엔 학생이 없고 30명 이하 정원이어야 학생들이 든다”고 말했다. 학원연합회 관계자도 “교육청에서는 강의실 넓이가 10평인 것을 표준으로 수강료 기준을 책정하지만 실제로 전국 학원을 조사한 결과 평균이 4.6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강료 단속의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원 강의에 대한 소비자의 비교평가가 빠르게 전파되는 구전효과도 강사료를 올리는 데 기여한다. 특히 강남 학부모들의 경우 학원에 대한 정보가 빨라 강사들은 거의 무한경쟁의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뛰어난 강사에 대한 스카우트 전쟁이 붙어 유명 강사의 경우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상황에선 학원비가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강남과 강북의 수강료 차이도 많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올해 3월 서울지역 172개 학원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강남지역에서 입시종합학원 단과반과 영어학원, 논리논술학원을 다닐 경우 평균 65만원이 드는 반면 강북지역에서는 22만원으로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간의 경쟁이 치열해져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학원비 인상에 한몫한다. 학생들이 학원을 결정하는 11~12월의 경우 검색사이트의 광고 비용은 한 번 클릭하는 데 1만원까지 오른다. 모 대형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광고비가 매출액의 10%에 육박한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갑수 수석연구원은 “학생수가 감소해 학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지만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아지고 1인당 교육비 지불능력이 커지면서 학원이 전문화되고 고급화됨에 따라 학원비 인상이 촉발된다”며 “사교육비가 오르면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이 부담되므로 결국 저출산과 사교육비 인상은 악순환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비의 인상을 막기 위해 교육청이 시장에 개입해 수강료 단속을 하는 방법은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봐도 별로 실효성이 없다. 결국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경쟁력을 키워 사교육의 필요성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이봉화 사무국장은 “학교 선생님들마저 학생들이 학원에서 배운 것을 전제로 수업을 무성의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교원평가를 통해 능력 있고 성의 있는 교사를 우대해야 공교육의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준동 주간조선 기자 (jd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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